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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7-03 15:32
[출판/공연] <윤리 21> 출간
 글쓴이 : 전수진기자
 

“자식의 범죄에 대해 부모는 책임이 있는가,
일본 천황은 왜 전쟁 책임을 지지 않았는가,
환경오염은 도대체 누구의 책임인가,

한일 지식인을 크게 자극한 가라타니 고진의 윤리학 강의”

이번에 출간되는 《윤리21》은 [가라타니 고진 컬렉션]의 제16권으로, 가라타니 고진의 저서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회자된다. 이 책은 두 편의 강연문에 기반하여 씌어졌고 본문 전체가 평이한 강의체로 이루어져 있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이 책은 소위 '쉽게 씌어진 대중인문서'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다시 말해, 《윤리21》은 일반 독자를 염두에 두고 씌어진 책이지만, 단순히 기존 지식을 알기 쉽게 풀이한 책은 아닌 것이다. 이는 가라타니 고진의 저작군에서 이 책이 가진 위상을 가늠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가라타니 고진은 스스로 《윤리21》의 중요성을 다음 두 가지 측면에서 지적하고 있다.
첫째는 새로운 '칸트 연구'로서다. 1993년, 가라타니는 평단의 높은 평가를 받은 《탐구Ⅰ》, 《탐구Ⅱ》의 후속작업으로 《탐구Ⅲ》의 연재를 시작한다. 이것은 일종의 ‘칸트 시론(試論)’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도중에 폐기하고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새로운 연재를 시작한다. 그리고 이것은 이후 가라타니 후기사상의 서막을 알리는 《트랜스크리틱》으로 결실을 맺는다. 저자에 따르면, 당시만 해도 칸트는 거의 모든 인문학자들의 공격대상이자 야유대상이었다. 하지만 가라타니는 그런 흐름에 강하게 저항하면서 《트랜스크리틱》을 칸트를 부활시키는 데 바치고 있다. 《윤리21》은 이런 두 편의 칸트 연재 (《탐구Ⅲ》과 《트랜스크리틱》) 사이에 씌어진 책으로, 저자 스스로 ‘또 다른 칸트론’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둘째는 한일문학 교류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한일문학심포지엄(1992~2002, 총 6회)이 낳은 산물로서다. 가라타니 고진은 1994년 한일문학심포지엄에서 「책임이란 무엇인가」라는 강연을 했고, 당시 국내 언론이나 문인들은 이 강연에 크게 주목했는데, 《윤리 21》은 이 강연이 계기가 된 책이다. 즉 《윤리 21》은 한국/한국문학과의 만남을 통해 성립한 저서로, 본문에서 여러 번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에 대한 언급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윤리 21》의 핵심에는 “책임이란 무엇인가?”하는 물음이 놓여 있다. 일찍이 칸트는 “계몽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거기서 ‘이성을 공적으로 사용하는 자유’의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는데, 가라타니는 이것을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책임의 문제’를 ‘자유의 문제’로 전환시키고 있다. 즉 가라타니가 생각하기에 윤리(도덕)의 문제는 선악의 문제나 행복의 문제가 아니라 자유로운가 자유롭지 않는가의 문제로 수렴되는데, 왜냐하면 자유가 없다면 책임도 없으며, 책임이 없으면 윤리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라타니 고진은 《윤리 21》에서 이 문제를 구체적인 예를 들어 매우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예컨대 “자식의 잘못에 대해 부모는 책임이 있는가?”,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일본 천황은 왜 전쟁책임을 지지 않았는가?”, “죽은 자들에 대해 산 자들의 책임은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그에 대한 명료한 답변을 내리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윤리 21》은 탁상공론의 도덕서라기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매우 유용한 실용서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윤리(도덕)의 문제를 복잡한 사변으로서만 접근가능한 철학담론이거나 특정 집단이나 개인을 단죄하는 잣대, 또는 개인을 규제하고 억압하는 규범으로 보아온 측면이 있다. 하지만 《윤리 21》은 그런 관점을 모두 거부하면서 ‘윤리란 일종의 책임의 문제이자 개인의 자유에 기반한 공적인(public) 문제’임을 강조함으로써 앞으로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점에서 《윤리 21》은 ‘우리시대의 고전’으로서 모두가 읽어야 하는 필독서라 말할 수 있다.



저자 : 가라타니 고진 柄谷行人 Karatani Kojin
일본의 세계적인 비평가이자 사상가. 지은 책으로는 ≪일본근대문학의 기원≫, ≪네이션과 미학≫, ≪역사와 반복≫, ≪세계공화국으로≫, ≪트랜스크리틱≫, ≪근대문학의 종언≫, ≪세계사의 구조≫, ≪철학의 기원≫, ≪제국의 구조≫, ≪유동론≫, ≪헌법의 무의식≫ 등 다수가 있다.


                                               

역자 : 윤인로 尹仁魯
문학평론가. 지은 책으로 ≪묵시적/정치적 단편들≫, ≪신정-정치≫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 ≪파스칼의 인간 연구≫가 있다.


역자 : 조영일 曺泳日
문학평론가. 지은 책으로 ≪가라타니 고진과 한국문학≫, ≪한국문학과 그 적들≫, ≪세계문학의 구조≫, ≪직업으로서의 문학≫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세계사의 구조≫, ≪제국의 구조≫, ≪존재론적, 우편적≫ 등 다수가 있다.




윤리 21 ㅣ 가라타니 고진 지음 | 윤인로, 조영일 옮김 | 도서출판b | 값 18,000원